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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하나금융과 관치 논란…마이너리티 리포트 데자뷰?

[머니데일리 김재현] 2054년 워싱턴,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존재다.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범죄가 일어날 시간과 장소, 범행을 저지를 사람까지 미리 예측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프리크라임 특수경찰이 미래의 범죄자들을 체포한다.

하지만 최고 능력자 프리크라임 팀장인 존 앤더튼(톰 크루즈) 자신의 상사인 라마 버제스 프리크라임 국장(막스 폰 시도우)의 음모에 휘말리며 자신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범죄자로 지목되며 고 기는 추격전을 펼친다. 결국 라마 버제스 국장은 자신의 살인을 덮기 위한 음모가 밝혀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고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폐기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2002년작 SF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의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사진제공=연합뉴스

영화처럼 미래의 범죄자를 미리 체포해 살인 등을 막지만 사람의 감정과 섣부른 결단은 결코 완벽한 시스템이더라도 비정상적일 수 있으며 선량한 범죄자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딜레마를 다룬 영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의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노동조합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에 대해 정유라 특혜 대출, 이상화 특혜 승진과 관련한 은행법 위반 혐의로 금감원에 제재 요청을 했다.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 또는 영업을 명백히 저해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의혹이 제기된 은행법 위반 여부와 은행권의 채용비리 의혹 등을 검사하고 있다. 또한 채용비리의 심층 점검을 위해 2차 검사대상인 10개 은행에 대해서도 현미경 조사 중이다.

다른 이유는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예년보다 1개월 빠른 상황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하나금융 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김 회장을 비롯해 함 은행장,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 내부 인사 4명과 외부 인사 12명 등 차기 회장 후보군을 27명에서 16명으로 압축했다. 이번주 회추위는 후보들 인터뷰를 거쳐 16일 숏리스트를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두 수장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지적하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방안을 마련해 △CEO 승계절차 투명성 제고 △사외 기능 강화 △소수주주의 참여 확대 등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키로 했다.하나금융 회추위는 최근 금감원 관계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으며 이 관계자는 이같은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통제산업인 금융인지라 정부와 정책과 방침, 당국의 말한마디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말이 권고이지 경고인 셈이다.

금융회사의 경영실태나 임원의 적격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권 행위는 감독당국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어떤 의도적 목적을 위해 오남용하는 것은 관치나 다름없다. 정권 교체 때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관치금융의 단면은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우리은행 차기 은행장 선임과 KB금융 및 하나금융 회장 선임 절차 과정에서 정권 실세의 개입설과 찌라시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의도적인 민간기업 흔들기를 통해 낙하산을 앉히려는 검은 속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그간 금융권은 낙하산 인사,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금융권을 몰아쳤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각 금융회사들은 불합리한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과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거센 외풍을 막는 노력을 펼쳤다. 외풍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빠른 결단력이다. 잡음이 많으면 그릇이 깨지기 십상이다.

만일 하나금융의 회장 선출 과정에서의 개입이 다른 목적이나 다분히 의도적이라면 한국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나 마찬가지다. 감독당국이 특혜 대출의 의혹 제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이유로 CEO 선출에 제동을 거는 것은 금융회사 CEO와 이사회의 리더십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CEO의 장기적 경영전략과 이사회의 견제기능도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의혹이 사실인양 변질될 수 있다.

금융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산업이다. 고객과 사회의 신뢰는 금융업의 근간이다. 이번 권고 조치가 하나금융 신뢰도에 치명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 당국의 이번 메시지가 금융권의 자율경영을 경직시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후 검사를 통해 법적 책임이 분명해 질 경우 이에 준하는 제재조치를 취하면 된다. 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니 CEO 선임을 중단하라는 것은 기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무시한 처사다. 앞 뒤가 뒤바뀐 절차는 결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  

또한 금감원의 직원 채용 비리가 발단이 돼 우리은행을 비롯해 농협금융 등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회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던 탓에 금융회사, 공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금감원은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인사를 단행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와 금융시장의 안정성 제고를 우선 판단한 조치였다는 이유다. 하나금융에 대한 금감원의 권고는 모순과 같다.  

다행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의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 연기 권고에 대해 회추위가 결정할 사항이라며 못 박았다.

우리 경제는 올해도 외유내환의 질곡을 걸어야 한다. 4차 혁명 시대는 디지털 경영환경을 주문하고 있고 외환시장과 환율은 우리경제의 효자인 수출을 옥죄고 있다. 가계부채와 내수침체, 청년 실업률은 국민들의 삶은 팍팍하게 만들고 있다. 쉽지 않은 경영환경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기업 CEO들의 책임은 막중하다.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 글로벌 위기를 막고 생존을 위한 먹거리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이사회가 최적격자를 선임해야 하고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눈높이와 공정한 금융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금융당국의 쇄신이다.

김재현 기자  s89115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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