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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비트코인의 광풍…가상화폐의 명암 "도대체 넌 누구냐?"

[머니데일리 허인혜] 블록체인 환경이 진화하면서 가상화폐를 미래의 화폐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계적으로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두고 통화인지 재화인지 매듭짓지 못하면서 정부가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상화폐의 하나인 비트코인의 광풍에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면서 정부도 규제안 마련에 나섰지만 법적 유권해석이 만만치 않다. 글로벌 기류에 따라가야 하는 명제는 확실하지만 가상화폐의 실체를 정립하기엔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내려지지 않으면서 법적 근거와 관리 주체를 정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내려지지 않으면서 법적 근거와 관리 주체를 정하는 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대학생도 직장인도 주부도…‘비트코인 좀비’ 속출

#직장인 A씨는 ‘비트코인’에 호기심이 당겨 포털사이트 모임에 가입했다. “자고 일어나니 1,000만원을 벌었다” “클릭 몇 번에 월급을 벌었다”는 말에 구미가 당긴 A씨는 여윳돈 200만원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두드렸다. 첫날 몇 시간 만에 소액의 이익을 봤지만, 시세 등락폭이 워낙 커 그래프만 바라보게 됐다. 연거푸 3일 동안 직장과 집에서 거래소만 들여다보던 A씨는 결국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가상화폐 시장에서 빠져 나왔다.

직장인 A씨가 200만원을 투자하고 3일 뒤 돌려받은 금액은 189만7,000원에 불과했다.
직장인 A씨가 200만원을 투자하고 3일 뒤 돌려받은 금액은 189만7,000원에 불과했다.

A씨는 “쌈짓돈 200만원으로 시작하며 ‘반토막 나도 100만원’이라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며 “10만원이 빠진 뒤부터는 시장이 쭉쭉 내려앉기 시작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채 돈을 뺐다”고 말했다.

이어 “200만원을 넣고 한 시간만에 203만원으로 올라 ‘치킨 값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이후 그래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며 “없어도 되는 돈으로 한다는 각오였지만 막상 내 돈을 넣으니 등락폭에 따라 마음이 요동쳤다”고 전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뒤 시시때때로 시세창을 바라보고 잠도 자지 않는 ‘비트코인 좀비’가 폭증하고 있다.

가상화폐 열기는 세계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열풍은 유독 투기에 집중돼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최한 가상화폐 규제 법안 공청회에서 “국내 가상화폐의 리스크패턴을 따라가보면 크라우드 펀딩보다는 사모펀드 투자에 가깝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가상화폐 열풍의 근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신기술에 대한 기대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투기 세력이 몰린 원인으로는 가상화폐의 ‘고위험, 고수익’ 특성이 꼽힌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4일을 기점으로 1,400만원의 고점을 뛰어 넘은 뒤에도 꾸준히 6일 현재까지 상승하고 있다. 이날 정오를 기준으로 전날보다 6% 이상 올랐다.

그런가 하면 빗썸 서버다운 사고가 있었던 2주 전에는 한 시간 만에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 단위의 돈을 잃은 투자자가 등장했다.

이렇듯 가상화폐는 유동성이 지나치고 예측도 불가능하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긍정적·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그널을 무시하거나 정반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일확천금의 기회로 둔갑하기 쉽다.

가상화폐 하루 거래량이 코스닥시장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하루 2조~3조원의 돈이 오고 간다는 이야기다.

‘24시간 개장’이라는 점도 비트코인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한다. 비트코인 좀비 사례자들은 ‘장 마감’ 개념이 없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발목을 붙잡았다고 증언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국내 규정이 없어 통신사업자로 등록한다. 거래소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이유다.

최근에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카페와 파생 ‘단톡방’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상화폐로 돈을 버는 비법을 알려준다며 투자자들을 모은 뒤 채굴 기계를 쪼개 파는 식의 사기 수법도 횡행한다.

광풍은 서점가에도 미쳤다. 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가상화폐 전문 서적이 부동산 서적을 밀어내고 상위권을 꿰차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3권, 이달 들어 4권이 됐다.

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가상화폐 열풍에 주목했다. 외신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열기가 한국보다 뜨거운 곳은 없다”며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층이 가상화폐에 매달리고 있다”고 평했다. 대내외적인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거래 세계 3위에 올라섰다.

■뜨거운 감자 가상화폐…통화냐 재화냐?

가상화폐의 사전적 정의는 지폐나 동전 등의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 상의 가상공간에서 전자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전자화폐, 암호화폐다.

블록체인 세계에서 중앙 통제 없이 개인과 개인간의 거래가 가능하며 국가가 다르더라도 화폐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모든 통화는 중앙은행 등의 발행 주체가 있다. 화폐와 유사한 포인트나 사이버 상품권, 일반 상품권 등도 발행을 하고 가맹점과 연결해 유통하는 기업을 둔다. 가상화폐는 이런 시스템에서 벗어나 수학문제를 푸는 ‘채굴’을 통해 얻어진다.

가상화폐의 출발이자 지향점은 중앙집권식 금융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간 통용되던 화폐의 특성을 뒤집은 탓에 시장에서는 화폐로 취급 받지만 법적, 공식적으로는 정의되지 않은 아노미 상태에 들어섰다.

중앙 발행화폐가 아니다 보니 새로운 가상화폐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화폐공개(ICO)를 통해 세상에 없던 화폐가 700종이나 등장했다. 전체 가상화폐는 1,200종에 이르고 국내 거래 화폐는 10개에 집중돼 있다.

정부와 금융기관에서도 가상화폐가 통화인지 재화인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최한 가상화폐 규제 법안 공청회에서는 가상화폐의 정의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사진=허인혜 기자
지난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주최한 가상화폐 규제 법안 공청회에서는 가상화폐의 정의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사진=허인혜 기자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가상화폐가 통화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여러 차례 재확인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가상화폐는 통화는 물론 금융 상품으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중앙은행이 발행하지 않고, 가상화폐의 기능이 통화의 기능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 등이 한계다.

정순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발행주체가 없고 전자방식으로 운영하는 가상화폐는 우리나라의 전자거래법상 명칭과 달리 화폐가 아니”라며 “가상화폐가 통화로 인정되려면 통화의 기능이 있어야 하는데 널리 이용되면서 금융기능이 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강제 통용력을 지닌 법화와는 구별돼야 한다”며 “변제의 수단으로 가상화폐를 내밀 때 만약 통화로 인정한다면 가상화폐 수령 거부는 곧 채권자 지체가 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은행의 입장도 같다.

차현진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어휘의 착시’라는 말을 인용해 가상화폐의 어폐를 꼬집었다. 차 국장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볼 때 가상화폐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발생한 가상 골드, 상품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크립토커런시(Crypto Currency, 암호화폐)가 마치 정의로운 화폐처럼 취급되지만 지급수단도, 화폐도 아닌 하나의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세계 트렌드에 역행하면서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공동대표는 “세계적인 회사들, 예컨대 제이피모건 등은 가상화폐를 실험하고 있다”며 “정부의 안처럼 블록체인만 육성하고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건 ‘퍼블릭 블록체인’ 발전 자체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병일 강남대학교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5일 국세청이 주관한 ‘2017 국세행정포럼’에서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서는 가상화폐에 대한 자산적 성격을 인정해 관련 소득 발생 시 소득세(법인세)나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이 공동 주최한 가상화폐 토론회에서 “향후에는 가상화폐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나라가 국력이 신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상황에 비교하면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있느냐 수준의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 가상화폐, 두 개의 시선…투기 vs 투자

가상화폐 논의는 공중에서 부유하고 있다. 가상화폐가 무엇인지를 정의하지 못하면서 법적 근거도 마련되기 어려워졌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책임과 단속 주체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의를 미루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기에는 가상화폐 시장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가 미래 블록체인 먹거리라는 보고서가 앞다퉈 나오는 동시에 투기로 인한 피해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결국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 들며 금융당국이 TF를 구성하고, 국회 정무위원회가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논의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논란 속에서도 관련 법 개정을 두고 정부와 금융권, 블록체인 업계의 입장은 좁아지지 않는 중이다.

금융당국은 정부의 규제나 법안 발의 등의 유권해석이 자칫 시장에 또 다른 충격파를 던질 것을 우려한다. 가상화폐를 화폐, 지급수단, 금융상품 중 어떤 것으로도 인정하지 않아 규제 대상에 거론할 이유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공식적인 규제가 내려진다는 것은 곧 제도권 안의 거래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걱정이 깊다.

실례로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관련 입장을 내놓는 즉시 긍정적·부정적 내용에 관계 없이 가상화폐가 폭등하거나 폭락해 왔다.

차현진 국장은 “일본도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존 법률을 수정했다가 예상과 달리 투기 부작용을 얻었다”며 “미국이나 스위스처럼 자율규제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상화폐가 (금융)상품으로 변질돼 과도하게 시장이 커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펌프앤덤프(pump and dump, 헐값에 매입 후 허위 정보 등을 통해 가격을 폭등시킨 뒤 되파는 수법)'라는 말까지 나온 만큼 투자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모펀드처럼 전문가가 접할 수 있는 방안을 풀어둘 것이다. 가상통화를 규제한다는 게 아니라 가상화폐의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가상통화를 받아들이고 건전한 거래소는 육성하면서 불건전 거래소나 거래행위에는 철퇴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화폐와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가상화폐의 정의와 활용 방안, 규제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사진=허인혜 기자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화폐와 정책과제’ 토론회에서는 가상화폐의 정의와 활용 방안, 규제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사진=허인혜 기자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6일 민간 자율규제안을 정해 발표했다. 가상화폐를 사고 팔 때 사전에 지정된 투자자 명의의 계좌 한곳에서만 입출금하는 등이다. 블록체인협회는 지난달 19일 발기인 총회를 열어 발족한 민간단체로, 빗썸, 코빗, 코인원 등 가상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업체 3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천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세계가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기술은 뒤쳐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다”며 “국회도, 법원도, 학계도 처음 접하는 개념이니 실험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가상화폐의 정의를 넘어 기존 법안을 개정할 것인지,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갑론을박이 인다.

한경수 법무법인 위민 대표 변호사는 “법률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면, 기존 법안에서는 가상화폐를 미등록 다단계나 방문판매, 유사수신, 형법상 사기죄 등의 카테고리에 포함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 변호사는 “만약 가상화폐를 규제한다면 가상화폐 거래만 중재할 것인지, 채굴이나 관리, 운영을 전부 손 볼 것인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대표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렉스’가 지난 10월 국내 영업을 시작했고, 일본의 3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포인트’도 지난달 한국에서 문을 열었다. 중국의 ‘오케이코인’도 올해 말을 목표로 영업망을 구축하는 중이다. 이런 가상화폐 거래소는 국내에만 100여곳에 이른다.

허인혜 기자  hinhy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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