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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압박 세졌는데’…한은 기준금리 인상 발목 붙잡는 요인들은경기 지표 부진·정치권 압력, 금리 인상 제동

[머니데일리=김서연 기자]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세졌지만,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카드를 선뜻 꺼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가 11년 만에 최대로 벌어짐에 따라 한국은행 통화정책에 대한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나, 국내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권에서 여러차례 흘러나온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발언도 한은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날 오전 한은 본부에서 주요 기관 인사들과 경제동향 간담회를 열고 국내 수출 현황, 내외금리차 확대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점검했다. 간담회가 열리기 전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농후했던 만큼 여기에 참석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내외금리차 확대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경계감을 가지는 한편, 일부 취약신흥국 금융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이미 켜둔 금리인상 ‘깜빡이’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불균형이 더해지고 있다는 뜻은 저금리로 인해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의 과잉 등을 의미한다. 금리가 낮은 현상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최근 두 차례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나온 금리인상 소수의견과 맥을 함께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함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정책금리 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는데, 한은이 10월과 11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한미간 금리차는 1%포인트까지 확대된다.

◆ 금리인상 제동 거는 첫 번째 명분…‘경기 지표 부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에는 어려운 명분들이 많다.

먼저 국내 경기 지표가 부진한 탓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산업생산은 자동차 등의 호조로 두 달째 증가했지만, 소비는 제자리걸음했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모두 전달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를 더했다.

‘일자리 쇼크’도 만만치 않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다음 달 취업자 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고용실적과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한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2일 국회 경제부문 대정부질의 답변에서 “9월 고용 동향은 8월보다 녹록지 않다”면서 “상반기 취업자 수가 14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는데, 상반기 고용실적에 대해 경제 운용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면목 없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8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정부의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는 월평균 18만명이지만 사실상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32만명을 내걸었다가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이를 하향 조정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치권 압력’ 때문에 금리 올렸다는 비판 받을 수 있어”

국내외에서 금리 인상 압박이 들어오는 형국에, ‘정부의 입김으로 움직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당·정·청에서까지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을 한 상황에서 당장 10월 혹은 11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린다면 정부의 압력에 의해 금리를 조정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좀 더 심각히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는 데 동의한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세적인 금리 인상에 직면했다”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의 발언 등이 그 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아예 안 볼 수는 없으나 금리를 둘러싸고 조언하는 시어머니들이 많은 형국”이라면서 “한은 총재를 정부가 임명하지만 이런 저런 발언들로 금리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한은 금통위의) 독립적인 금리 결정을 해칠 뿐 아니라 (금통위의) 존재 자체를 무색케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로 벌어지면 외자(외국인자본)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짙어 금리를 올해 안에 올리긴 해야 한다”면서 “10월 금통위서 올리면 정치권 압력 때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 시점은 11월 금통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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