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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재단 신복위 협약 지지부진... 퇴로 없는 '청년 채무조정' 제도

[머니데일리=양인정 기자] #대학 졸업 후 수년간 구직활동을 해오던 K씨(28세)는 최근 회사에 취업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K씨는 대부업체 4곳에 1500만원과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로 2000만원의 빚이 있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취업을 앞두고 생활비 부족으로 대부업체에서 받은 대출을 연체했다. K씨는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아 채무조정을 상담했으나 “대부업체 일부가 최근 대출이 많다는 이유로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상담사의 답변을 듣게 됐다. 채무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 직장에 급여 압류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다.

신용회복위회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올린 사연 중 일부다. 학자금 대출 채무를 지고 있는 청년들이 통일적인 채무조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신용회복위원회에 협약기관으로 가입하지 못한 탓이다.  

4일 채무조정 업계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가 채무조정 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을 제외한 나머지 채무만을 조정 받고 있다. 신복위에서 제외된 학자금 대출 채무는 한국장학재단의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에 따른다. 청년 채무가 신복위에서 통일적 채무조정이 안 되는 이유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 대출 잔액은 1조7437억원이다. 학자금 대출 규모는 2016년(1조9128억 원) 대비 8.8% 감소했지만, 취업포털 커리어 설문조사에서는 여전히 10명 중 4명이 학자금 빚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학자금대출 연체율은 2016년 말 기준 4.19%다. 이 가운데 원리금을 2년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은 2016년 말 기준 1만7773명이다.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사회생활 이전부터 빚을 짊어지게 된 청년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장학재단의 신용회복위원회 협약이 시급하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장학재단 전경. 한국장학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 협약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 반쪽짜리 채무조정, 채무 많은 대부업체 부동의 하면 워크아웃 안 돼

상당수 청년이 생활비 명목으로 받은 대출 빚과 학자금 대출 빚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일적인 채무조정제도가 하루 빨리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신복위 규약에 따르면 채권금액의 50% 채권자가 동의해야 채무자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수 있다. 

K씨와 같이 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더라도 50%를 넘는 채권액을 갖는 대부업체가 워크아웃 절차에 동의하지 않으면 채무 감면 및 분할상환 등 채무조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장학재단이 신복위와 채무조정 협약이 되어 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가 공개한 ‘이행기청년 금융지원 모형 개발 연구’ 보고서(이행기청년 보고서)에 따르면  20살~34살 미혼 청년 136명의 재무구조에서 평균 부채는 1064만원이고 이 중 650만원(55.5%)이 한국장학재단을 비롯해 공공기관에서 빌린 대출이다.

사전채무조정과 재무설계를 하는 사회공헌기업 ‘희망 만드는 사람들’ 서경준 본부장은 “대부분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 규모가 전체 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며 “한국장학재단이 신복위에 참여하면 재단이 다른 채권금융회사보다 청년들의 채무조정에 동의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장학재단이 신복위와 협약을 체결하면 추심이나 강제집행 등 채권 회수절차에서도 청년들을 보호할 수 있어 이들의 생활안정을 해치지 않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지난 9월 29일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대출을 갚지 못해 급여 압류 등 강제집행(가압류·소송 포함) 절차에 들어간 장기 연체자는 2016년 2566명에서 2017년 2576명으로 소폭 늘었다.

신복위와 협약한 금융회사는 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채무 독촉과 강제집행을 중단할 수 있으나 협약이 안 된 장학재단의 채무는 이 같은 독촉 중단절차에서 예외다. 

 ◆ 퇴로 없는 청년 채무조정 제도

장학재단의 신복위 편입이 시급한 것은 법원의 채무조정 제도가 청년 채무조정에 효율적이지 못한 것과 관련됐다. 

연체에 직면한 청년이 개인회생제도로 학자금 대출 빚을 분할 상환 할 수도 있지만 복잡한 절차와 평균 100만원~200만원까지 소요되는 법률비용은 청년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파산절차에서는 지난 2010년 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빚은 아예 면제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소득이 없어 파산을 신청했지만 국회가 학자금 대출 빚은 평생 갚도록 강제한 셈이다.

파산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회가 의견 수렴 없이 도둑입법을 했다고 비판해왔다. 장학재단과 신복위와의 협약체결은 법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업무계획을 통해 신복위와 한국장학재단 간 연계를 통해 금융채무와 학자금대출에 대한 종합적 채무조정을 상반기 중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사항은 없다.

신복위 관계자는 “한국장학재단과 지속해서 협의 중”이라면서도 “아직 협약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이와 과련 “이르면 12월에 신복위와 협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인정 기자  lawya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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